머리말
"四書補註備旨"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송(宋) 주자(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註)"에
명(明)의 등림(鄧林)이 장절(章節)마다의 요지를 제시하여 찬술하고 등욱(鄧煜)이 편차(編次)하여
"사서비지(四書備旨)"라 하였다. 그 이후 청(淸) 기문우(祁文友)의 중교(重校)와 두정기(杜定基)의
보주(補註)를 달아 증정(增訂)하여 "사서보주비지(四書補註備旨)"라 명명하고 1779년에 출간하였다.
이 책은 전체 10권으로 편성하였고, "대학(大學)" 1권, "중용(中庸)" 1권, "논어(論語)" 4권,
"맹자(孟子)" 4권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재는 각 페이지마다 삼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은
인물(人物), 전고(典故) 등에 대해 필요한 주석을 달고 있다. 중간 단은 ‘전지(全旨)’ 혹은
‘장지(章旨)’와 ‘절지(節旨)’로 구성되는데 장과 절의 대의를 밝히고 비판적인 분석을 행하고
있다. 하단은 ‘경(經)’과 ‘주(註)’와 ‘강(講)’과 ‘보(補)’로 구성되어 있고 구(句)사이에는
자구 해석을 위주로 한 짤막한 행간(行間)의 주들이 자리한다.
중간 단의 ‘전지(全旨)’는 단장으로 된 문장의 요지이고, ‘장지(章旨)’는 여러 절로 나뉜 장
전체의 요지이다. 여러 절로 나뉜 장에 대하여 절마다의 요지를 ‘절지(節旨)’라 하였다. 이 세 가지
명칭을 통털어 ‘비지(備旨)’라 한 것이다. 비지라 한 것은 성현(聖賢)의 말에는 매 한 장(章)마다
한 장(章)의 종지(宗旨)가 있기 마련이고, 매 절(節)마다 그 절의 종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숨겨진 요지를 갖추어 발명한 것이라는 뜻이다. 비지는 이 책 편성의 중심 내용으로 책명을
"사서비지(四書備旨)"라고 통칭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단의 구성은 해당 경서(經書)의 원문(原文), ‘주(註)’, ‘강(講)’, ‘보(補)’로 이루어져 있다.
주(註)는 "사서집주(四書集註)"의 주를 그대로 실은 것이고, ‘강(講)’은 "사서대전(四書大全)"",
사서어류(四書語類)"",사서혹문(四書或問)"에서 주자의 해석을 발췌한 것이다. ‘보(補)’는
두정기(杜定基)가 여러 각본(刻本)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흑백을 가리고, 미비한 곳에
대해서 명가(名家)들의 강의(講義) 중에서 간행되지 못한 것을 실은 것이다. 주로 청대(淸代) 학자들의
설을 소개하였으며, 일부 구절에는 자신의 해설을 덧붙인 경우도 있다.
또한 하단 원문의 매 구(句) 사이에는 해당 구절에 대한 짧은 행간(行間) 주(註)들이 있다. 이 행간의
주(註)들은 주로 해당 자구(字句)에 대한 풀이이며, 주로 의리(義理)와 훈고(訓?)를 동시에 밝히는데
주안점이 있다. 또 한 특징은 행간의 주석(註釋)이 대부분 어록체(語錄體)로 구사되어 청대의 경서
주석이 주소체(註疎體)의 전형에서 벗어나 백화(白話)가 정착된 과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송(宋),원(元),명(明),청(淸)으로 이어지는 정통 주자학파(朱子學派)의 사상을 온전히 계승한
저서라고 평가된다.
등림(鄧林)은 신회(新會) 사람으로 초명은 이(?)이다. 다른 이름으로 관선(觀善)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자(字)는 사재(士齋), 호(號)는 퇴암(退菴)이다. 홍무(洪武) 29년(1396)의 과거에 합격해 귀현(貴縣)의
교유(敎諭)가 되었다. 그 뒤 임기를 다 채우고 서울로 들어와 "영락대전((永樂大全)"의 편수에도
참여하였다. 선덕(宣德) 연간(1426-1435)에 항주(杭州)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죽었으며 저서로
"퇴암유고(退菴遺稿)"와 "호산유영록(湖山游詠錄)"이 전한다고 한다. 이 사실은"중국역대인명사전"
(상해고적출판사, 1999)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이 1779년 최초로 간행된 이후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목판본과 석인판으로 간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소장본으로는 다음 11종의 판본이 확인되고 있다.
“光緖丙戌歲(1886)夏四月上海點石齋”本 "精校四書補註備旨"
“光緖念二年(1876)春刊掃葉山房藏板”本 "附考新增補註四書備旨"
“光緖壬辰(1892)新鐫成文信記藏板”本 "增廣新訂四書補註附考備旨"
“光緖丙午(1906년)聚和堂”本 "四書補註附考備旨"
“宣統己酉年(1909)上海久敬齊石印”本 "新訂四書補註備旨"
“中華民國元年(1912)東昌書業德藏版”本 "四書補註備旨附攷"
“民國三年(1914)上海鴻寶書局石印”本 "精校四書補註備旨"
“民國五年(1916)仲夏天寶書局藏版”本 "新訂四書補註備旨"
“中華民國六年(1917)仲春上海錦章圖書局刊印”本 "新訂四書補註備旨"
“民國九年(1920)上海昌文書局印行”本 "四書補註備旨"
“民國十二年(1923)冬月印”本 "新出精校新訂四書補註備旨"
이 책들이 내용과 체제에 있어서 판면의 자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면수가 다르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상해금장도서국간인본(上海錦章圖書局刊印本)”은 목판본인 점도 한
특징이라 하겠다. 조선에 전래된 것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 그러나 한말(韓末)의 학자
유인석(柳麟錫)이 쓴 <서사서비지후(書四書備旨後)>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19~20세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를 여는 시기에 이처럼 여러 곳에서 지속적으로 책을 간행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의 대상 층이 확대되었으며 그 수요에 충당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도서의 간행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특히 전통교육의 위기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식자층의 노력도 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본 책은 1916년에 간행된 “민국오년중하천보서국장판본(民國五年仲夏天寶書局藏版本)”
"신정사서보주비지(新訂四書補註備旨")"를 영인한 것이다.
“상해금장도서국간인본(上海錦章圖書局刊印本)”을 영인한 책이 이미 유행하고 있으나 너무 조밀하고
거칠게 느껴져서 쉽게 피로함을 줌으로 미려한 석인본의 영인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한문교사중앙연수원 훈장1급과정과 대학원 협동과정 동양교육학과 강독교재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영조대왕어제서(英祖大王御製序)>, <독대학법(讀大學法)>,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
를 보완하였고, "중용"에 <독중용법(讀中庸法)>과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를 보완하였다.
그리고 "논어"와 "맹자"에도 <집주서설(集註序說)>을 보충하고 책의 말미에 유인석(柳麟錫)의
<서사서비지후(書四書備旨後)>를 실어 학습에 참고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목차를 설정하여 독서의
편의를 꾀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원전(原典)을 크게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송구함을
금할 수가 없다.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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